2011년 10월 13일 목요일

[책] 사회적 원자 - 자연과학적 방법이 만드는 사회과학의 혁명

제목: 사회적 원자(the Social Atom)
지은이: 마크 뷰캐넌(Mark Buchanan)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과학적 방법으로 세상만사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전부터 있어 왔지만 지금까지 그에 터무니없이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사는 바로 이 시대가 그 방면에서 매우 중요한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도 사회과학에 자연과학적 방법이 많이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천체의 운동이나 화학 반응 같은 것에 적용해서 현상을 설명하고 새로운 현상을 예측까지 해 냈던 방법들을 사회 현상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결과는 대개 실제와 동떨어지곤 한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 라는 말을 사람들이 '이론과 실제는 전혀 별개' 라는 뜻으로 쓰곤 하는 이유는, 사회 현상에는 이론이 거의 먹혀들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류 경제학 이론은 물리학(고전역학)과 비슷한 수학적인 형태로 기술되어 있어 꽤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버블경제도 금융위기도 설명하지 못한다. 자연과학에서라면 그 정도로 틀렸으면 이미 사장되었겠지만, 이상하게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할뿐만 아니라 아직도 '주류' 이다. 그 이유는, 그것을 포기하면 경제 현상을 이론으로 다룰 수 있는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뭔가를 하려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이제 꼭 그렇지만은 않게 되었다. 자연과학에서도 얼마 전까지는 계산이 너무 복잡해 할 수 없었던 일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 비행기를 실제로 만들어 날려보지 않고도 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이나 이상 유무를 점검할 수 있다. 원자폭탄 폭발 실험(핵실험)도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인 특성(압력이나 온도 등)에 대한 방정식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을 이루는 구성요소 하나하나의 특성과 그 상호작용 방식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컴퓨터 안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이 책 <사회적 원자>에는 그러한 방법을 사회적 현상에 적용하여 놀랄만한 성공을 거둔 최근의 사례들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부의 불평등한 정도에 대한 예측, 기업의 규모와 그 수에 대한 예측 등을 깜짝 놀랄만큼 정확하게 해 낸 것이다. 왜 깜짝 놀랄만큼이냐 하면 그 시뮬레이션의 기본이 되는 사람이나 집단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가정이 매우 거친 것이었는데도 결과가 너무나 현실과 들어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이 거칠다고 해도 핵심을 잘 짚었다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지구와 달의 궤도를 계산할 때 수많은 세부 사항을 무시하고 지구와 달을 단지 질량을 가진 '점'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결과는 매우 정확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가정은 많은 것을 무시했지만 핵심적인 요소를 남겨 놓았기 때문인 것이다.

십여년 전부터 '카오스'니 '복잡계 이론'이니 하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의 방식(미분방정식을 세우고, 그것을 푸는 방식)으로 불가능했던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비행기의 움직임이나 원자폭탄의 폭발 뿐만 아니라, 새떼의 움직임이나 생태계의 진화, 숙주와 기생충의 군비경쟁 등을 흉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계속 있어 왔다. 이 책은 실제 그 방향으로 탐구했던 과학자들이 이룬 것을 요약하면서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