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1일 화요일

[책] 도가니, 초콜릿 전쟁, 이끼 - 악은 강하다

우리 집에 공지영 팬이 있어서 얼마 전에 <도가니>를 읽게 되었는데 어지간히 답답한 이야기인 것 같다(답답한 걸로 치면 내가 읽은 책 중에는 '남한산성'이 최고인 듯하지만).
우리는 왜 이런 답답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일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혹은 '그리하여 정의는 또다시 승리했다' 로 끝나는,
잠시의 통쾌함을 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점점 흐리게 하는 이야기들보다도 이런 답답한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마도 그 편이 진실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도가니>를 읽으면서 비슷한 느낌의 다른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제목: 도가니
저자: 공지영
출판사: 창비

제목: 초콜릿 전쟁(The Chocolate War)
저자: 로버트 코마이어
출판사: 비룡소

제목: 이끼(웹툰 / 만화 5권)
저자: 윤태호
출판사: 미디어 다음 / 한국데이터하우스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세 이야기가 모두 작고 폐쇄적인 사회를 통해 '기득권'의 지배를 계속되게 하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다. 말하자면, 악한 자들이 어떻게 힘을 갖게 되고, 악하면서 강한 그들이 어떻게 서로서로 돕고 있으며, 어떻게 약자들을 침묵시키며, 도전하는 자들을 어떻게 탄압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악함' 이란 내 나름대로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짓밟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

<도가니>에서는 농아인 학생들을 성폭행하는 교장과 그를 감싸는 무진시의 권력층

<초콜릿 전쟁>에서는 '과제'를 통해 학생들을 은근히 협박하고 통제하는 아치와 그의 조직 자경대

<이끼>에서는 폐쇄적인 마을을 이루며 이익을 위해 주변 지역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는 '이장'과 그의 하수인들

이들이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악하면서 강한 자들이다.
현실은 이런 악하면서 강한 지배자들이 약자들의 것을 빼앗고 그들의 삶을 짓밟으면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약자들이 힘을 모아서 저항하는 것뿐인데, 지배자들은 교묘하거나(여론 조작) 무자비한(폭력) 방법으로 그것을 막고 있다.

민주주의는 이런 강자들(다시 말해,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특권을 부정하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사상인데, 이런 악한 지배자들이 볼 때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일일 것이다. 말은 그렇게 안 할지 몰라도.

<이끼>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다. 온갖 악행과 만행을 저지른 '이장'을 잡으러 검사가 들이닥쳤지만 이미 이장은 그 검사의 '대가리의 대가리의 대가리'에게 줄을 대 놓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내 건들라모... 대한민국을 대청소해야 할끼야
나에게는 사뭇 감명깊은(?)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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