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8일 월요일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자유시장은 모든 것을 타락시킨다

제목: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
지은이: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옮긴이: 안기순
출판사: 와이즈베리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내 나름대로 한 단어로 표현하면 '외부효과'라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이 용어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 내 생각에 그렇다는 것이다.

서로의 합의에 의한 '거래'는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  한 쪽이라도 손해를 본다면 거래를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하면 보장할수록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오류인 이유는, 거래는 거래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래로 인해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나 사회 전체에 주어지는 영향, 그것을 '외부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지하수를 퍼올려서 병에 넣어 팔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에게는 이익이 될 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자유롭게 허용하면 지하수가 고갈되어 그 지역에 식수난이 오거나 땅이 내려앉아 많은 사람들이 큰 곤란을 겪게 된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얼마 이상 퍼올리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즉, 자유시장에만 맡겨 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석유를 퍼올려서 파는 회사, 석유를 정제하여 휘발유로 만들어 파는 회사, 그 휘발유를 사서 차에 넣고 몰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로 인해 그 당사자들은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인류 전체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것을 깨닫는다면 자유시장을 절대선인양 찬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어떤 재화나 서비스는 자유로운 거래의 대상이 되면 그 가치가 타락한다는 것인데(책에서는 '부패'라는 말을 썼는데, 타락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이것도 '외부효과'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콩팥(신장)의 거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자유시장주의에 입각하면, 기증자가 콩팥을 경매에 붙이는 것이 가장 타당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 콩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공급'하고, 기증자(이 경우 기증자라는 말이 부적당하겠지만)에게 가장 큰 보상을 하는 방법이 아닐까?  맞다.  거래 당사자만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이 거래의 외부효과를 생각해 보면 어떤가?  이런 거래가 허용된다면 부자들은 쉽게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에게 이식할 장기를 공급하면서 살아가게 될 것인데, 사람들이 이런 상태를 납득할 수 있는가?  아마도 사회 불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예로, 인구 억제를 위해 여자 한 명당 2명의 자녀를 출산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범죄로 간주하는 경우와, 여자 한 명당 2개의 출산권을 주고 이를 시장가격에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인구 억제 효과는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출산권 시장이 있는 경우 부자들은 출산권을 사들여 더 많은 자녀를 낳을 수 있을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되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역시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려 사회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은 '외부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든 예로 나에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운동경기장의 '스카이박스(luxury skybox)'였다.  전에는 대기업 임원과 일반 노동자가 똑같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바로 옆에 앉아서 함께 응원하며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많이 내는 회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 관람석인 스카이박스가 생기면서, 구단의 수입과 회원들의 만족도는 올라갔겠지만 운동경기 관람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갖고 있던 사회통합의 효과는 사라지고 오히려 부자와 일반인의 이질감을 키우는 바람직하지 않은 '외부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무엇이든지 자유시장거래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장사꾼들이 판치고 있다.  하지만 효율성이니 경제성장이니 하는 그들의 주장을 한 꺼풀 벗기면, 사회 통합이나 인권, 평화 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희생시켜 돈을 벌려는 그들의 장삿속이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장사꾼들에게 속아 중요한 것들을 빼앗겨 왔다.  이제 여기서 더 이상 가면 사회가 버티지 못할 지경까지 가고 있다.  자유시장의 이러한 문제점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그러한 시도에 대해 확실히 '안 돼!'라고 외칠 수 있을 때,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중요한 것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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