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공교육의 부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이 있지만, 그것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닙니다. 원인은 불평등입니다. 다시 말해 차별화, 서열화입니다.
공교육은 왜 존재합니까? 그것은 사람들이 불평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공교육이 없었을 때는 자기 능력껏 자식들을 교육시켰습니다. 그러면 부잣집 자식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는 명문학교에 가서 지식과 인맥을 쌓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회의 요직으로 진출했습니다. 가난한 집 자식들은 일치감치 교육을 포기하고 가업을 돕거나, 값싼 노동력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런 자연스러운 이치를 부정하고 한사람 한사람이 같은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공교육을 하게 됩니다. 즉,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교육을 강제로 실시한다는 것이지요.
부자들은 불만입니다. 내가 내 능력껏 자식들에게 더 좋은 선생 붙여주겠다는데 왜 막아? 그리고 사회 지도층 자제들끼리 모일 수 있는 명문학교에 입학시켜야 분위기도 좋고 인맥도 형성되는데 왜 어중이떠중이와 우리 자식이 같은 학교에서 복닥거려야해?
가난한 부모도 불만입니다. 아니, 내 자식은 나를 이어서 대장장이 할 건데, 문학? 수학?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그 시간에 기술 더 배워야 우리 집에 도움이 되는 건데?
하지만 국가권력은 그런 사정 봐주지 않고 무조건 그 나이의 학생들을 학교에 출석시키고 똑같은 교육을 실시합니다. 거기서 점수 잘 받아서 상급 학교에 가게 되는 학생들은... 신분이나 재산에 관계 없이 능력이 뛰어나고 더 많이 노력한 학생들입니다! 공교육의 목적이 그것이지요.
힘 있고 돈 있고 공공성보다 이기심이 우선인 부모들은 당연히 공교육을 무력화시킬 방도를 찾게 됩니다. 명문대학과 명문고등학교에서 부잣집 자식끼리 만나서 인맥 형성하는 것,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하기 어렵지만, 그 방법을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학에 확실한 서열을 만든다.
2. 대학 입시는 객관적인 시험점수를 가지고, 그 점수 순서로 명문대부터 차례로 들어가게 만든다.
3. 시험점수를 올리는 사교육을 활성화한다.
점수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명문대 가서 평생 안락하게 살 수 있다고 하면? 당연히 거의 모든 학부모와 학생이 점수 경쟁에 몰입하게 됩니다. (공교육의 뜻을 아는 일부 생각 있는 사람들 제외) 이 와중에 공교육은 외면받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즉, 승부는 사교육에서 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 공부는 뒷전이 되고 사교육을 따르게 됩니다.
사교육은 부자들이 유리한 판입니다. 점수를 많이 올려 줄 소위 '인기강사' 들은 몸값이 비쌀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들 중에서도 실력(점수 올려주는 실력) 있고 공공성 개념이 희박한 교사들부터 사교육으로 뛰어듭니다(실제 많은 교사들이 학원 강사로 전업합니다). 학교는 교육과정과 법에 묶여 있지만 사교육 기관은 한껏 효율적으로 점수 올리기를 해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시장 원리에 따라 점수 올려주기 실력이 뛰어난 교사는 상당수가 이미 학교를 떠나 학원에 가 있습니다. 공교육은 사교육만큼 점수를 잘 올려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을 가리켜 부자들은 자기들이 장악한 언론을 통해 이렇게 선전합니다. '공교육이 부실해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린다'
이게 교육의 문제점입니다.
학생들이 배움의 열정을 갖지 못하는 것은 공부가 지겹기 때문입니다.
공부가 지겨운 이유는 경쟁에 떠밀려 억지로 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교육은 배움 그 자체가 목적일 때 이루어집니다.
제대로 된 교육은 배움의 기쁨을 찾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알아주는'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점수를 따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교육이 안 되고, 열정을 심어줄 수 없는 것입니다.
제대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상급학교의 서열(즉, 학벌)에 따라 일생이 좌우되는 구조를 없애야 합니다. 성적 순서대로 명문학교부터 채워 가는 식이니 점수, 등수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대학을 평준화시켜야 합니다.
대학을 다 똑같이 만들자는 것이 아니고, 커트라인을 공동으로 정하면 됩니다.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 등은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예산까지도 산출되어 있습니다.
단지 그렇게 되면 부잣집 자식들끼리 명문대에서 인맥형성하는 꿈이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부자' 들이 그렇게 안할 뿐이지요. 이 때 사용하는 말이 그 유명한 '빨갱이' 입니다.
대학 평준화는 커녕, 고등학교도 차별화하는 정책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니 특목고때문에 이미 고등학교 평준화는 깨진지 오래고, 그래서 중학교 교육도 파행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 '특별한' 고등학교를 더 많이 짓는다고 하니, 중학교 교육도 고등학교처럼 '전원 입시몰입'으로 갈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부하라고 몰아붙이는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문제라고요?
그들에게 입시몰입교육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정부, 무책임한 관료들이 하는 말입니다.
입시 성적이 평생을 좌우한다는데 일단 자기 자식, 자기 학생의 입시에 몰입하지 않을 정도로 용기있는 학부모, 교사가 그리 흔하기를 바라면 안 됩니다. 정책을 제대로 해서 그런 해악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것이 권력을 가진 기관들의 존재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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