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5일 목요일

[교육] 공교육 붕괴의 원인은 이기심

사교육이 아닌, 사교육비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사교육 자체는 받으면 좋은 것인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자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 문제다, 이런 것이지요.
교육의 의미가 '사회적 지위를 올리기 위한 경쟁'에만 있다면 맞는 얘기일 것입니다. 현재 우리 교육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교육을 통해 배우는 문학이나 과학, 역사와 같은 학문들은 무시하는 셈이 됩니다. 왜 학교에서는 그런 과목들을 배우는 것입니까? 경쟁을 통한 선발만이 목적이라면, 예를 들어 '보잉747 정비 매뉴얼' 이나 심지어 '서울 전화번호부' 같은 내용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그것을 입시 과목으로 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

교육의 본질은 인류의 문화 유산인 문학, 과학, 역사 같은 학문들을 다음 세대로 전함으로써 그들을 이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는 그런 학문들의 지식과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진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우리는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많은 현상을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고, 그 추상적인 개념들 사이에서 자체 논리에 의해 법칙들을 끌어낸 다음 그 법칙을 다시 실제 현상에 적용하는, 우리 인간 사회가 발전시킨 독특한 사고체계를 배웁니다(배워야 합니다). 수학이라는 사고체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수학은 우리 문화에 워낙 기초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것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사회에 제대로 '입문'하지 못하는 셈입니다. 문학, 역사, 과학 등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기를 쓰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이 사회경제적 지위와 연관되면서 그런 본질이 흐려집니다. 특정한 몇몇 대학(소위 명문대)을 나와야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을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평생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면? 당연히 많은 사람이 학문의 원래 가치는 뒷전으로 미루고 대학 입시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입시 성적을 올리려 하게 됩니다. 공교육은 이런 경쟁을 도와주기 어렵습니다. 공교육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도 다 배우는 것을 배운다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지요. 그래서 반칙을 합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갓길로 달리는 운전자들처럼, 남들이 안 배우는 것을 배우려고 따로 돈을 들여 학원을 가거나 과외를 합니다. 자기만 앞서려는 이기심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교육의 취지에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이것이 입시몰입교육의 와중에 공교육이 외면당하는 실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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