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 사실 학생들 중 압도적인 수가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학생 때 수학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어나 사회 같은 다른 과목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잘 들을 수 없는데 수학은 특히 못한다는 사람이 많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노력한 만큼 점수가 올라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과목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 점수를 높일 수가 있는데 수학은 그것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해 다른 과목은 '벼락치기' 가 어느 정도 가능한데 수학은 안 그렇다는 것이 수학을 못하게 된 이유이다.
이것이 수학 탓인가, 아니면 공부하는 사람 탓인가?
수학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이 바로 수학을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산을 올라가기 어려운 것이 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등산을 잘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산은 원래 거기에 있는 것이고, 그 산에 맞는 방법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자기 방법대로 조금 올라가다가 '산이 뭐 이리 올라가기 힘들어? 안 올라갈래.' 이렇게 생각하면 등산은 불가능하다. 수학 공부를 못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 과목과는 다른 수학의 특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공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노력을 안 하다니?”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수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애도 쓴다. 하지만 문제는 잘못된 방법으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힘만 들고 말게 된다.
‘잘못된 방법’이란 무엇인가? 바로 ‘시험문제유형만 반복 숙달하는’ 방법이다.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유형의 문제를 여러 번 풀어 보아 그 유형을 빨리, 실수 없이 풀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고, 공부는 이런 방법밖에 없는 줄 알고 있다. 이런 공부(라기보다는 훈련) 방법의 문제점은, 시험문제가 그 과목의 전부이며 시험문제를 풀 수 있으면 공부를 다 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학 시험 문제는 수학이라는 과목의 내용(교육과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1) 시험 문제로는 사고 방법이나 가치관을 가르쳐 줄 수 없다.
(2) 수학 교과서의 내용 중에서 정말 중요한 기본적인 것은 시험 문제에 내기 어렵다.
(3) 시험(특히 입시에 반영되는 시험) 문제는 변별력을 갖추어야 하므로(즉, 동점자를 줄여야 하므로) 교육과정을 벗어난, 비정상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어느 정도 출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비정상적인 문제일수록 ‘중요한 문제’로 취급된다.
말하자면, 정말 중요한 것은 다 빠지고 만점 방지용으로 낸 비정상적인 문제만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시험문제이다. 이처럼 수학 시험문제 풀이가 수학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내가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볼 때 ‘문제유형 반복 숙달’ 방법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문제집만 가지고 공부하면 된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편적인 지식들을 체계 없이 외우고 반복하는 일은 정말 괴로웠다. 그래서 시간은 더 걸릴지 몰라도 내 나름의 방법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의 시험 범위는 ‘도로교통법’ 등의 법률이다(이 사실도 문제집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도로교통법을 찾아서 읽어 보았다. 문제집에서 본 용어들의 원래 뜻이나, 법 규정의 전체적인 맥락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다음으로 문제집을 풀면서 해당되는 내용을 법률 조항에서 찾아 비교하는 식으로 그 시험 문제를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해서 더 높은 점수를 받거나 시간이 적게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공부’가 괴롭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공부는 (비록 지금까지 실제 운전은 안 하지만) 내가 항상 지나다니는 도로를 운영하는 시스템에 대해 그 전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 사회의 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말이다. 문제집만 가지고 반복 숙달하는 식의 공부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도로교통법 따위도 이런데, 수천 년에 걸쳐 인류 전체의 지혜로 이루어진 수학을 공부하면서 ‘문제유형 반복 숙달’이라니... 그것이 바로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다. 수학 공부는 1번 문제 다음에 2번 문제, 그 다음에 3번 문제 하는 식으로 직선을 그리면서 할 수 없다. 말하자면, 그물과 같은 모양을 그린다. 이리 궁리하고 저리 궁리하는 과정, 가다가 막히면 멀리 돌아가는 과정 등을 겪으면서 얻게 되는 깨달음과 경험이 모여서 수학 실력(수학적 사고력)이 된다.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은 따지고 궁리하는 시간과, 기꺼이 그렇게 할 수 있는 태도이다. 아무 성과 없이 한 문제나 하나의 수학 개념을 가지고 몇 시간, 때로는 며칠을 따지고 궁리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은 문제풀이를 반복 숙달하는 시간에 비해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확신,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은 수학 점수 몇 점 더 얻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확신, 더 근본적으로는 수학 공부 그 자체가 알아주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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